해외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대한민국 속 이색 명소①

[관광레저신문=신다솜 기자]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해외의 정취를 느낄 수 있을까? 100% 리얼 만끽은 아닐지라도, 120% 해외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이색 해외 명소들이 우리 주변에 즐비하다.

차찬텡(茶䬸廳)은 차(Tea)를 뜻하는 차茶, 음식을 뜻하는 찬䬸, 공간(건물)을 뜻하는 텡廳으로 이루어진 단어로 말 그대로 차와 식사를 하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경리단길의 '차찬텡'은 홍콩 차찬텡 문화를 표방하는 식당이다. 사진=신다솜 기자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유행가의 가사를 통해 휘황찬란한 홍콩의 밤거리를 떠올릴 수 있다. 홍콩은 빅토리아 하버, 빅토리아 피크 등 근사한 야경을 볼 수 있는 포인트를 여럿 두고 있다. 여기에 네온사인으로 뒤덮인 침사추이, 완차이, 란콰이퐁 같은 번화가는 거리 자체가 커다란 야경이자 홍콩의 상징이기도 하다.

쇼핑과 식도락 여행을 목적으로 홍콩을 방문했던 사람도 나중에는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밤거리가 그리워 재차 홍콩을 찾기도 한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낡은 콘크리트 건물과 건물을 에워싼 화려한 네온사인이 특유의 조화를 이루며 홍콩 밤거리에 대한 그리움을 자아내는 것이다.

홍콩을 그리워하는 이들은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을 돌려본다. 홍콩 중에서도 밤거리로 유명한 침사추이를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흔들리는 화면으로 침사추이의 뒷골목을 훑으며 그 사이의 스낵바와 노상식당 좌판과 음식을 지나쳐 간다.

영화 속 두 주인공인 경찰 223 금성무와 경찰 663 양조위는 모두 오래된 연인으로부터 실연 당한 인물이다. 이들은 지나간 연인을 그리워하며 스낵바를 찾는다. 이들이 찾는 스낵바는 홍콩 대표 식문화 중 하나로 차찬텡이라 부른다. 차찬텡(茶䬸廳)은 차(Tea)를 뜻하는 차茶, 음식을 뜻하는 찬䬸, 공간(건물)을 뜻하는 텡廳으로 이루어진 단어다.

 

'차찬텡'에는 홍콩을 상징하는 이미지들이 가득하다. 붉은 빛의 네온사인, 이소룡 포스터, 침사추이 야경을 담은 액자 등이 그것이다. 사진=신다솜 기자

말 그대로 차와 식사를 하는 공간이라는 것. 1960년대 경제 부흥기, 서양의 문물이 급속도로 퍼져나간 시기에 샌드위치나 간단한 토스트, 샐러드, 홍콩식 면과 덮밥, 커피 등을 파는 가게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런 가게들은 ‘차찬텡’이라 불리며 홍콩 사람들의 아침부터 점심, 야식까지 책임지게 되었다.

홍콩은 높은 여성 취업률, 살인적인 부동산 가격으로 인한 좁은 주거형태 등을 이유로 대부분의 식사가 외식으로 이뤄진다. 때문에 홍콩 사람들은 아침은 죽과 국수, 토스트가 중심이 되는 차찬텡에서, 점심은 직장 근처의 차찬텡에서 해결한다. 저녁은 퇴근하면서 집 근처의 차찬텡에서 테이크 아웃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홍콩 소호 거리와 침사추이에 위치한 란퐁유엔, 여러 지역에 프랜차이즈 매장을 두고 있는 타이힝은 홍콩을 대표하는 차찬텡이다. 이러한 홍콩의 차찬텡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서울 한복판에 생겼다. 경리단길에 위치한 ‘차찬텡’이다. 상호에서부터 그 정체성이 뚜렷하다.

‘차찬텡’은 서울에서 홍콩 현지의 차찬텡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붉은 빛의 네온사인 간판, 한쪽 벽면을 채운 침사추이의 밤 풍경, 군데군데 붙어 있는 이소룡 포스터는 란콰이퐁 거리의 차찬텡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바닥재를 타일로 시공해 홍콩 식당 특유의 분위기가 더욱 짙게 전해진다. 홍콩에 가족이 있어 자주 홍콩을 방문한다는 젊은 여사장은 홍콩의 로컬 차찬텡을 재현하고자 인테리어에 특히 신경을 썼다고 한다.

경리단길의 '차찬텡'에서는 홍콩의 대표적인 차찬텡 식당인 란퐁유옌, 타이힝 등에서 맛볼 수 있는 프렌치 토스트를 비롯, 홍콩 대표 서민 음식인 탄탄멘과 차슈덮밥이 인기다. 사진=신다솜 기자

메뉴 역시 홍콩 차찬텡과 최대한 비슷하게 구성했다. 이곳에서는 홍콩 차찬텡 메뉴에 빠지지 않는 프렌치토스트와 밀크티로 간단히 요기할 수 있다. 또 <중경삼림>의 양조위가 매번 먹는 홍콩 대표적인 서민 음식 차슈판도 판매한다. 차슈판은 홍콩식 차슈덮밥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며 ‘차찬텡’이 자랑하는 메뉴이기도 하다.

차슈판과 함께 또 하나의 대표 메뉴인 탄탄면은 든든한 한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부추 만두와 미니 춘권은 맥주와도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근래에 완탕면, 탄탄면과 같은 홍콩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차와 함께 식사를 파는 홍콩 음식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은 경리단길의 ‘차찬텡’이 거의 유일하다. <중경삼림> 속 주인공을 느끼고 싶다면, 홍콩이 그립다면, 홍콩에 가보지 못했다면 ‘차찬텡’을 방문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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